누구나 한 번쯤은 어린 시절 집착하고 아끼던 인형에 대한 추억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어린 시절 인형이라는 존재는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되고 엄마도 되었다가 아기도 되고.. 이러한 행복한 기억들 때문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인형을 보면 가슴에 꼭 껴안고 그 편안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인형을 안고 서로 교감하면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받는다. 어릴 때에는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슈퍼맨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난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은 연약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다만 그렇지 않은 척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도 어린아이였을 때처럼, 여전히 나는 두렵고 외롭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곤 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인형들이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나와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들은 삶 속에서 상처받고 외로운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치유해 준다. 인형은 나에게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을 가진 존재이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꽃과 풀들이 그려져 있다. 길가에 피어난 수없이 피고 지는 이름 모를 들풀과 꽃들을 보면서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동양화의 가느다란 선묘로 들풀과 들꽃의 이미지를 수없이 반복하여 들꽃이 가진 생명력을 여성의 이미지로 형상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