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막바지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시 한번 찾았던 하이라인에서 풍경 하나를 골라 종이에 담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던 중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그림을 보아도 되냐 청하셨어요. '그럼요!'하고 그림을 보여드리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림 한 부분을 가르키시며 이 어둡게 그린 사람들은 어떻게 그릴 예정이냐며 물으셨고, 아직 고민 중이라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지금 이대로 어둡게 남겨둔다면 하이라인의 모습이 잘 담길 것 같다고 말하셨어요. 풍경은 늘 같은 곳에 머무르지만, 사람은 매 순간 바뀌니까요.
대화를 마치고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림을 이어 그리며 스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자 속에 숨겨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