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이신 언덕을 걸어내려가자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관악기의 굵은 소리가 깊은 골목 사이에서 울리고 있었다. 노래소리와 길에 흩어진 붉은 꽃을 따라가니 어렵지않게 행진을 찾을 수 있었다.
잔뜩 모인 그라나다의 시민들이 화려한 모자와 잘 차려입은 정장차림으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마리아상을 따라 골목을 걷고있었다. 인파에 섞여 걸어가니 촛불을 들고 행렬을 인도하는 사제들의 모습과 음악을 연주하는 마칭밴드의 모습, 그리고 골목마다 기다리다 교대하던 수십명의 가마꾼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분위기에 취해 사람을 구경하며 행렬을 따르는 동안 좁다란 골목 위에서 붉은 꽃이 흩날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사람들이 테라스에서 모여 바구니를 들고 붉은 꽃을 뿌리고 있었다. 테라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궁금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의 시선을 상상해 스케치를 남겼고, 상상한 풍경을 수채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