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츠민다 마을에서 떠나는 날, 폭설이 내렸습니다. 쏟아지는 눈의 속도가 느껴질 정도였어요. 얼어붙은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마을에 하나 뿐인 정류장에 가자 트빌리시로 향하는 봉고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삯을 치르고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메려는데, 모든 좌석의 안전벨트가 끊어져있거나 고장나있었습니다. 당황했지만 모두가 아무렇지 않은 듯 했어요. 그렇게 출발한 봉고차는 허리까지 차오른 눈길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좁고 거친 산길을 지나는 동안 흰 풍경만이 가득했습니다. 눈송이가 창에 달려와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과연 살아 도착할 수 있는 걸까 걱정이 되었어요. 이따위 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깊은 잠에 빠진 승객들의 얼굴만이 위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