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색연필
사라고사에서 꼭 가고 싶었던 ‘로스 빅토리노스’는 좁은 골목길 안에 있는 오래된 타파스 바입니다. 서서 식사를 하는 작은 가게의 쇼윈도 안엔 갓 만든 다양한 타파스가 가득 있었어요. 한산한 식당에서 동생과 쭈뼛대며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스페인어 실력이 짧은 탓에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로 고르기 시작했어요. 신기해보이거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들을 고르고 있는데,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는 눈빛이 느껴졌습니다. 길게 이어진 바 저편에서 눈을 마주친 분은 식사 중이시던 노부부였어요.
할아버지는 싱긋 웃으시더니 익살맞은 표정과 손짓으로 타파스 몇 개와 와인을 추천해주셨어요.
‘너희가 선택한 거, 별로야. 이거 맛있어, 먹어봐!’ 라는 뜻이 담긴 몸짓엔 우리가 맛있게 식사하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 듬뿍 느껴졌습니다. 점원 역시 할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유쾌하게 웃더니 정말 좋은 와인이라며 할아버지가 드시고 계신 와인을 다시 꺼내주었습니다. 추천해주신 와인과 타파스 모두 정말 맛있었습니다. 맛있게 먹는 우리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어요.
무차스 그라시아스!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부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고, 두 분은 웃음과 함께 훌쩍 사라졌습니다. 두 분의 상냥한 마음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멋진 저녁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요!
스페인, 사라고사